봄눈 녹듯 한다더니,,
며칠을 장맛비처럼 내리던 비가
그제밤엔
눈으로 바뀌어
아침에 나오니 눈으로 하얗더라
아마도 겨울이가
그냥 떠나가기는 서운했던가 보다,
정말 봄눈 녹듯 한다더니
한나절 사이 눈이 다 녹아버렸다,
오랜만에 날씨가 쾌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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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니 좀 오래 걷고 싶어서
바닷가로 갔다,
이렇게 갔다 오면
만보 가까이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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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태파래가 갯벌을 덮었다,
감태는
겨울되면 나는 곳에서 만 난다.
해마다 저 자리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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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돌탑까지 갔다 오며
아주 오랜만에
산길로 올라왔다,
참 오랜만에 올라온 산길이다,
고라니가
놀라서 후다닥 달아난다,
나도 놀라서 머리끝이 쭈삣 선다,
낙엽으로 푹신푹신한 길을
혼자 걷는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초가지에 사는 몇 분이 감태를 했다,
감태 대야는 마중 나온 경운기에
실어 보내놓고
사람은 걸어서
경사진 산길을 걸어 집에 가노라면
내가 나무를 몇 개 꺾어 길목에 놓고 가서
지팡이로 짚고 올라오곤 했다는
뒷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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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까지도 많이 걸었던 길인데
늘 나 혼자 다니기에
멧돼가 있다는 뒤로 발걸음을 안 했다,
그 때는 혼자 산길을 지나며
땔감이 될 수 있는 삭정이를 주워서
칡넝쿨로 묶어 끌고 내려와서
언덕배기집
할머니 혼자 살며
구들방에 불을 때서 난방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니 해서
마당가에 살짝 내려놓고 오곤 했다
얼마 후 남들이 그러더라
이사 온 이가 땔 나무 해서 갖다 놓는다고,
본 사람 아무도 없고
말한 적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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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푸르고
밭가에는
소가 먹을 양식 사료둥치 공용알이
쌓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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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지 마을을 내려다본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귀촌한 새집이 두 집이 늘어났다,
멀리 대하 양식장이 보이고,
멀리 팔봉산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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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나무 주워 날랐던
불 때던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니
남아있던 빈집은 헐렸고
이제 잡초가 주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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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 노인들은 하나 둘 가고
귀촌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컨테이너 농막들이 있는 곳은
모두 집을 지을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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