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설 날,

기초리 2022. 2. 2. 01:10

올해 설은 양력도 2월 1일이라
음력 양력 같은 1일로 시작되었다.

정월 초하루 새벽에 밖에 내다보니
눈이 하얗게 덮였고
여전히 눈발 날리고 바람도 불고
서울 동서네 내려온다 했는데
왕초가 걱정이 되니 단톡방에 톡 날린다.

새벽 5시 반
오 실분은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우니
천천히 안전 운전하여 내려오라고.,
금방 동서의 톡 답이 온다,
출발하여 내려가는 중이라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날씨가 이렇게 사나운데 출발 전이라면
오지 말라고 하고 싶은가 보다
이번 설에도 코로나로
정부의 6명 초가 금지령이 내려진 가운데
96세 노모까지 새벽의 눈길을 오고 있다니,,

날이 밝아오자
눈길을 무사히 도착하여
시엄니와 동서 내외가
선물꾸러미 박스를 들고 들어온다.
마음 조이며 걱정하던 중
무사히 도착한 안도감에 얼마나 반가운지,

이어 독죽 굴 동서 내외가 오고
목포 처가에서 올라오는 조카 가족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설날 아침을 맞게 됐다,

명절에 언제나 그랬듯이
차려놓고 보면 별것도 없는 것 같은데
참 힘들고 어렵다
며칠 전부터 생각나는 대로 메모해놓고
그제 어제 이틀간 종종거리며 만든 결과물들,

다 내놓고
다시 데울 건 데우고 다시 끓일 건 끓이고
모인 시구들의 아침상을 놔놓고는
간편 차례상으로 청수상에 청수를 올린다.
청수상 앞에 왕초를 비롯하여 온 식구가 둘러앉는다

. 몇 해 전부터
장조카가 조상님들께의 새해 심고를 하고
각자 마음속의 기도로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의 차례는 끝낸다.
이번엔 청수상 앞에서 얘기가 길어졌다.

사실은 얼마 전에
산소 앞 밭에 심은 백일홍 나무와 등등
너무 자라서 솎아 낼 겸 나무를 팔면 어떻겠냐는
독죽 굴 시동생의 주선으로 왕초가 수락했고
물려받을 장조카와 신도림 아즈버니랑께
연락하여 동의한 결과 팔게 됐다.

팔은 나무값이 800만 원을 받았단다.
나무 판 돈 800만 원은
장조카가 관리하며
땅도 조카 명의로 이전하고 이전 비용은
나무 판매금 800만 원 내에서 사용하라며
일단락을 지었다.

점점 본인의 나이 숫자도 올라가니
정리할 건 정리하려는 속마음을
본인은 더하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려니
올 설은 서글프고 울적하다.

시할아버지 명의로 있던 땅
달라고 해본 적 없어도 언제부터인지
그 땅만 왕초 몫으로 상속되어서 재산세를 내고 살았다.
1990년 1월 7일에 돌아가신
시할아버지와 시할머니 합장 산소가 있고
50년 전 1972년 음력 3월 25일 돌아가신
시아버지 산소가 있으며 올해 96세이신
시어머니 돌아가신 후 합장될 산소가 있는 땅이다.

나무 심을 때 형제들 모여 같이 심었지만
벌초도 같이 했지만
수시로 가서 약치고 매고
집에서 키운 나무 옮겨 심고 또 솎아서 옮겨심고
해도 해도 표도 안 나는 일을
참 애도 많이 쓰더니
자기가 지병을 앓으면서 2년 동안은 하질 못했다.

거기서 뭐가 나온다고 그리 애썼던가,
태안 이사 오기 전 평택 천안 살면서
새벽 4시 출발 밝기도 전에 도착해서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하며
복더위 땡볕에서
정신없이 풀 지어 뜯다 보면
더위에 땀 흘려 지쳐서 어지럼이 오고
양쪽 팔이 맥이 풀리고 힘이 없어져
뽑으려는 풀한테 온몸이 끌려들어 갔다.

제일 먼저 낳아놓고
맏이라는 감투 씌워 준 덕으로
다른 형제보다 몇 배 더했으니 이제 감투 값은
다 치른 것 같습니다.